Hit the Road, Happiness Train…

-이강국의 제작일지- 

2016. 6. 28  행복열차가 출발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 연출이자 진행자인 KAKU는 강북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iPad를 열어 오늘의 흐름을 머리 속으로 정리했습니다.

“대본의 흐름이야 당연하지만…오늘 공연의 의미를 중시한다면 표현이 신선해야 돼. 그리고 출연자도 단순히 97세 철학자 김형석교수님이란 표현만으론 부족해. 모든 매체가 그리 표현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 100세를 바라보는 노익장이라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 진정으로 KAKU 네가 40여년 뵙고 느낀 그분을 찾아내줘. 그리고 그것이 아주 작은 표현하나라도 객석의 가슴에 와닿으면 행복 전달이 더 쉬울거야.”

오전 11시 공연장에 올라가서 서성이다 진한 커피 한잔을 하니 한경BP 한이사가 도착.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하다 몇 가지 의미가 떠오름.

오전 11시 20분 온북TV 정진희 이사가 상큼한 복장으로 도착. 공연은 3시인데 스탭들은 어제 밤늦게까지 카톡으로 마무리 논의했음에도 정확하게 모였습니다.  전국에서 북 토크를 하는 정이사가 오늘 무대 위에서 사용할 의자와 탁자 등은 물론이고 배경화면에서 대본 카드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합니다.  고맙죠.

12시 전에 강북구청 나세열팀장도 도착해서 무대점검. 12시까지 사용한 어린이 뮤지컬세트를 치우고 곧바로 피아노 위치만 잡고 모두 점심식사.

오후 1시: 대기실을 점검하고 나오면서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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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못한 곳에 서 계신 분. 이 꼿꼿하고 깔끔한 어르신네가 바로 정신/육체/봉사라는 3종 경기가 있다면 세계 챔피언감이라는 사실.  지팡이도 없고, 돋보기도 안쓰고, 보청기는 물론이고 틀니도 없는 이분의 나이는 숫자일뿐…우린 지금 소크라테스 이래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계셨지만 그 학문의 성취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바로 무대 중앙에 꼿꼿하게 서서 연단도 없고, 원고도 없이 100세 어르신으로서 하실 최고의 삶의 지혜를 나누며, “너  행복할래? 나 행복해 봤어”를 진솔하고 편안하게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기자가 어르신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과는 다르죠. 무릎이 탄탄하고, 골반이 버텨주고, 폐활량과 혈압등…모든 것이 오늘의 토크쇼를 충분히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교수님에 대한 나의 믿음이 500여 관객에게 오감으로 전달되게 하자는 겁니다.

오후 2시 10분 : 선생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벌써 일찍 모인 관객들 때문에 대기실로 가시자는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 인사를 나누니 대본을 보자 하십니다.

-큐카드로 제본된 대본을 꼼꼼하게 체크하십니다. 그것은 김가람의 연주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 by Debussy)와 쇼팽의 ‘이별의 왈츠’가 소개되어 있고, 제가 달빛을 모성에 비춰 이야기하는 지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객석에 모신 장 옥록 여사, 바로 오늘 칠순을 맞이하신 분이 강의들으러 오신 내용부터 국회의원, 구청장등의 ‘강의듣고 숙제발표하기’ 까지의 연출지문이 묻어있지만…

쇼팽의 나이 26살, 그의 첫 사랑은 19세의 마리아였는데 조국을 잃고 망명길에 올라야 하는 시기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어요.  그것이 일제 강점기에 나라잃은 설움과 함께 14세 초등학교 시절 겪은 선생님의 첫사랑…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이별을 감내할 줄 알아야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끌어낼…민감한 지문이 어휘 몇개이지만 메모되어있던 대본입니다.

오후 2시 50분…선생님은 메모지에 어후 대여섯개를 적어두셨습니다. 얼핏 보니…소유욕, 정신적 행복, 인격, 나눔 등의 메모일 듯 보이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홀로 숨고르시고 주제 강연 20여분을 위한 생각정리 시간을 드려야했지요.

오후 3시 5분전: 강북구민은 얼마나 오늘의 공연에 참여할까? 잠시 분위기를 보니 웅성거림 속에 꽤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나팀장이 들어와 알려주기에 거의 전석이 찼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리고 무대 반대편에서 스크린 영상을 조작하는 온북TV 정이사의 사인이 이어졌습니다.

스크린에 동영상 예고가 1,2편 나가고, 선생님은 객석 앞 줄에 앉아서 본인이 과거 저와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든 영상스토리에서 오늘 쇼의 성격을 다시 한번 이해하셨으리라 봅니다.

“선생님은 이런 류의 동영상까지 제작되었던 사실을…처음으로 아셨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 선생님은…무척 해맑으시고, 솔직하신 모습에 더해서 매우 경쾌하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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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신문, 잡지, 방송 등에 수없이 나갔지만 이렇게 본인의 행복론을 주제로 음악이 있는 토크쇼를 하는 것은 처음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토크쇼는 선생님께 표시하는 최선의 쇼여야하고, 단지 강의가 아닌…본인도 행복에 취하실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제 의도입니다. 그리하면…여느 프로그램과는 달리, 관객이 먼저 가슴을 열고 경청하고, 서로의 눈빛과 목소리에 감응하면서 우리네 인생의 아픔과 상처와 괴로움을 떠올리며 더 없는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나누게 됩니다. (나이듦도 준비가 필요하듯 토크쇼의 준비란 것은…제 DNA에 각인된 것이라 전날 잠도 설쳤지요. 아무리 나이 먹어도 공연 전엔 정말이지 저도 늘 아마추어가 됩니다)

정말…철학이 학문에 그치지 않고 삶과 함께 하는 인격만들기라면…선생님에겐 그런 마법적인 힘이 있습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피아니스트 김가람과 데이트하듯 청춘을 논하고, 또 모든 여성들의 가슴에 첫사랑 같은 서유석씨의 노래가 함께 한다면 …저는 이 시간을 앞으로 사회담론으로 가져갈 ‘행복나눔콘서트’라는 ‘나눔의 행복열차’의 시작으로 알리고 싶고, 그 경험을 나눈 분들의 입과 입으로 퍼져나가서 스스로 확산되는 생명같은 ‘콘서트’가 되길 바랍니다.

3시 10분 …선생님이 음악을 듣고 무대에 오른 후 무대 중앙에 마이크 하나 잡고 강의를 시작하려하자 앞 객석의 지도자 분들이 눈짓을 줍니다. ” 의자를 내어드리지 않구서…”

그러나 저는 선생님과 행복한 공모를 마친 후입니다. 선생님을 무대 중앙으로 모시고 가서…바로 이곳에서 이야기 해주세요 하자 금방 눈치채십니다. ‘ 끄떡없다구!’

그리고 모두가 선생님에게 시선이 고정되셨고, 강의는 예정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30분이나 지속되었죠. 자세 하나 흐트러짐없이…진솔함 그대로, 상아탑에서 진리를 토로하던 논리정연한 화법과, 손주들 수십명 대하듯 유연한 어투로 대화에 고저 장단을 스스로 넣으시며 가속페달을 밟으셨습니다.

하루 40페이지의 원고지를 잉크가 가득 담긴 만년필로 꾹꾹 눌러 글을 쓰시는 선생님이십니다. 오늘의 말씀은…어구반복 하나 없이, 기억을 더듬는 제스쳐 하나없이 깊은 산 계곡 물 흐르듯 , 설산 평원에 눈발날리듯…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일관하자…객석에서 메모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여서 때로 숨죽이다, 때로 안타까워하다…때로 맞장구치며 박수가 나오는데…

[Review Journal – 한국경제 2016. 6. 29 이미아 기자 클릭-기사읽기]

오후 3시 40분...저는 대본 원고를 들고 나갈 필요도 없음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이 쇼트트랙 선수였다면 단연코 챔피언이었을 거야.’

어른이 어른답다는 말은 많이 들어도…우리는 어른을 모시는 방법에 서툴고 어려워합니다. 그런 어르신의 육체와 정신이 500여 관객과 함께 한 시간은…마침내 우리 모두 행복이란 주제로 사회 속으로 나눔의 운동을 펼칠 선장님의 시운전이었고, 우리 모두의 가치관과 인격적 행복을 위한 모범을 보인 시간이었죠. 그래서…서유석씨의 차례가 오고, 객석으로 내려가 위치를 바꾼 자세에서 서유석씨가 한 인사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오후 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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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저도 신촌에 살면서 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선생님의 행복론을 듣고, 제가 같은 무대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벅찬 기쁨을 느낌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설레고 행복합니다. 아…정말 노래 불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가는 세월로 시작해서…’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단다’…그리고 ‘행복의 나라’로 이어질 때…

모두가 대형스크린의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는 와중에도 조용하게 흐느낌이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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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하길 바라지만…부모보다 먼저 자식을 보낸 분,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자녀를 키우신 분…실직하여 우울해하는 남편을 다독이고 공연장에 오신분들…과거의 고생 속에 아픔을 혼자 키우신 분들…그런 분들이 우리네 엄마들이고,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지요.  이분들에게 이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새출발하자는 강의나 노래는 행복론이 강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오랜만에 가족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그런 시간을 가진 듯 한 것이지요.

누구도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살 수 없는 사회, 행복하냐고 누가 물어도 그냥 웃고 지나거나 아픈 상처를 드러내기 힘든 사회에서 어르신들 먼저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사회. 그런 공연이었기에 공연이 끝나도 증정도서 사인받느라 줄을 서시고,  옛 친구와 인증샷찍듯 서유석씨도 바쁘셨지요.

첫 행복열차는 이런 저런 난관을 넘어 출발했습니다. 여러 기관이 협력해서 이끌어간 결과이지만…이제 시작이지요.  연출자로서, 진행자로서…그래도 행복이란 거대담론을 주제로 강북구민부터 공감하며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지치기 보다는 ‘그래도 절반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2년 월드컵 시청광장에서  50만을 위해 광장을 열고 대한민국을 외치듯…국민들이 행복의 진정한 가치를 나눌수록 사회가 발전한다는 믿음 하나로 행복열차 사업은 지속되어야겠지요.

서유석씨의 코멘트입니다:

“이피디…난 관객 걱정을 많이했는데…처음으로 관객과 무대의 눈높이가 맞는 무대였어. 군더더기 없는 진행이 맘에 들고,  객석에서 메모하는 모습에 절로 감동에 젖었어. 너무 기쁘다. 자네가 예상한 대로 토크쇼가 맞아떨어져서 지금도 기분이 좋아. 나 행복해하고 있다고.”

” 이 날의 공연은 진행자와 가수 그리고 김형석 선생님…관객들…한 마디로 30, 60. 70, 90대가 모여 만들어낸 행복콘서트였네요.”

“성장하는 한 사람은 늙지않는다”고 하시듯 ‘성장하는 사회를 위해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전하는 행복나눔콘서트’가 되도록 기원해 봅니다.

 

공연 이튿날  카쿠.

[기사자료: 한국경제-이미아 기자. 6.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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